값싸고 질좋은 소고기를 드디어 한국인도 먹을수 있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쇠고기 협정에 대한 짧지만 진의를 제대로 보여주는 평가이다.
그렇지만 과연 이 말이 쇠고기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지금의 세계 식량파동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단순히 쇠고기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닌것이 확실하다.
세계의 경제는 성장한다. 라는 불변의 진리는 우리의 꿈이자 미래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 꿈이 지금 우리의 목을 조이고 있다. 우리가 성장하기를 바라 마다하지 않았던 세계의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가속도가 붙어버린 것이다.
세계경제의 급속한 가속은, 특히나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속은 전세계의 식량과 자원을 밑바닥 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세계경제의 성장과 함께 브릭스를 비롯한 개도국과 선진국의 소비는 증가하였고
그러한 소비의 증가는 또다시 성장을 낳고, 그 성장은 또 다시 소비를 낳았다. 문제는 이러한 순환이
물량보존의 법칙처럼 단순한 내부순환이 아니라, 블랙홀처럼 외부의 물량을 빨아들이면서 일어난 점에
있다. 그 동안 선진국과 몇몇국가 중심의 물량공세로 유지되던 세계의 자원과 식량공급은 블랙홀과
같은 소비를 커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애초부터 싼 가격의 질좋은 상품이란 "한정품"이었던 것이다.
마치 몇몇 국가에서 세계의 모든 것을 공급할 수 있을것만 같았던 대량생산체제의 규모의 경제는
원래부터 비효율적라던 중소규모의 생산체제가 함께 해야만 세계의 수요에 공급을 겨우 맞추는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불안정한 보완(?)의 관계가 깨져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현재 세계 수많은 빈국들이 식량은 값싼 외국의 식량에 의존하고 그것을 살 돈은 공산품이나 관광상품을
이용해서 벌어들이라는 강대국의 꾐에 넘어가서 살아가다가 결국은 지금과 같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문제인 상황을 맞은 것이다. 돈이 있으면 무엇하나? 살 식량이 없는데?
돈이 아무리 많으면 무엇하나? 식량값은 그 이상으로 오르는데?
지금의 이 상황은 식량주권을 경제논리에 포기해버린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영원한 식량줄이자
자원줄일것 같았던 강대국과 소수의 생산국들이 얼마나 무능하고 이익만을 취하는 승냥이에 불과한
존재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바로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겨우 몇년을 내다보지도 못한 탐욕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눈앞에 참상과 교훈이 교차하는 시점에 우리의 대통령은?
쇠고기를 수입하고, 한미FTA를 끝까지 밀어부쳐 지금 이빨을 드러낸 강대국에 기생하는 경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다, 대기업만을 살리고 농민과 중소기업은 죽어도 어쩔수 없다는
자유경제논리에 사고가 얼어버려 몇년 앞이 아니라 지금 눈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값싸고 질좋은 상품?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지금의 현실을 만들어낸 신자유주의와 규모의 경제가
꾸게 해놓은 개꿈 아니던가? 값싸고 질좋은 상품이라는 것은 비싼 상품이 존재할때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식량자급력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이상 값싼 상품은 없다.
규모의 경제와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따르면 규모의 경제끼리 지속적인 원가절감과 경쟁을 통해서
가격은 내려가고, 질은 좋아져야 할 것이지만! 그들이 그렇게 자신하던 "규모"가 수요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 것인가? 하고서 눈감고 있었던 것인가?
세계의 소비폭증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과 인도의 생활수준은 이제서야 평균치가 오르기 시작할
뿐이고, 뒤이어 브라질, 러시아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인구만 대국인 국가들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가
번호표를 뽑고 있다.
그런데 세계 식량생산은 어떻게 되어가는가? 오히려 그 동안 식량소비가 많았던 쌀과 밀등을 주식으로
하던 국가들은 식량생산을 포기하고 플라스틱을 만들고 있고, 기후이변은 믿었던 세계 식량공장들을
초토화 시키고 있다. 그나마 기술의 발전으로 단위면적당 식량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수요는 그 보다 훨씬 급증하고 있다는데 걱정이 더 클 뿐이다.
물론 지금의 이러한 걱정에 대해서 국제투기자본의 장난에 세계가 농락당하고 있다고 의미있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투기자본은 단지 투기자본일 뿐이다. 지속적인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투기자본이 지금의 현실에 일조한 면이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주객을 구분못하는 근시안적 주장일 뿐이다. 투기자본이 설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인 것이다.
약간 어긋나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값싸고 질좋은" 상품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이명박대통령의 의식
자체가 이미 "값싸고 질좋은" "한정품"에 대한민국의 식량주권을 무한정 넘겨줄 자세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고, 그것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값싸고 질좋은 상품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그것 역시 "한정품"이라는 것이다!